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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DVD 소개

[밑줄긋는 책읽기] 삶을 바꾸는 책읽기-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by 원주학술정보원 2013. 4. 14.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대학생들이 교양을 쌓는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독서가 좋다는 건 알지만, 스펙 쌓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벌기 바쁜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독서는 사치일지도 모릅니다([링크기사]스펙 쌓기, 아르바이트...대학생들 "독서는 남얘기").

 

그런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면, 아마도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라구요.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주려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한 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삶을 바꾸는 책읽기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CBS 라디오 PD로 재직 중인 정혜윤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입니다. 그녀는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독서를 주제로 한 강연도 많이 한 분입니다. 이 책은, 강연에서 자주 받게 되는 질문들을 가지고, 자기 나름의 답변을 해 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독서에 관한 질문에 어떤 답을 주려고 했는지, 이 책의 구성을 따라가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을 요약해서 한 편의 서평을 완성하기보다는, 매 챕터마다 울림을 주는 구절을 통해 이 책을 음미해 보겠습니다. 구절들에 공감이 가거나,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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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랑하는 자의 모습으로

  

삶이란 뭘까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내가 이 세상에서 겪는 일이겠죠. 그러니 세상을 잘 알수록 좋겠죠. 그러나 세상을 알고싶다고 생각해도 혼자서는 제대로 탐구할 수가 없습니다. 대화 상대가 필요합니다. 책은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책은 자꾸 일어나라고 합니다. 깨어나라고 합니다. 그만 자라고 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생각 못 한 게 있다고 알려 줍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아주 작다고 말합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혹은 어째서 헤쳐 나가지 못하는지 보여 줍니다.”

 

어렸을 때 만화 [뽀빠이]를 보는데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말라깽이 올리브는 어느 날 먹성이 아주 좋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남자의 구애를 받게 되지요. 그런데 그 남자는 이렇게 외쳐요. "당신의 머리카락은 스파게티 가락처럼 아름다워요." "당신과 나 사이는 샌드위치 속의 베이컨과 계란 사이처럼 가까워요." 그 때 저는 전문 용어로 돈오돈수의 경지에 고고히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보는 먹보 같이 사랑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이기적으로 사랑하고, 계산적인 사람은 계산적으로 사랑하고, 깨끗한 사람은 깨끗하게 사랑하겠구나.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이 뭔가를 아주 좋아하면 세상만사를 그걸로 설명할 수도 있구나.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돈을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세상이 온통 돈으로 보인다고. 그 때 이후로 줄곧 제게 남은 문제는 하나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 세상을 사랑하게 되겠구나.”

 

 

첫 번째 질문.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자율성의 시간, 기쁨에 몰두하는 시간

 

토요일, 일요일, 짧은 여행, 혹은 퇴근 후의 시간, 이런 짧은 여유 시간은 내일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잘 먹고 푹 자 둬야 하는 시간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어떤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비참함과 모욕을 참아야 하는 순간, 굽실거려야 하는 순간,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흘려보내는 시간도 있지만 밤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녘에 깨어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지고 싶지 않다는 것, 명령에 따라 꾸역꾸역 살고 싶지 않다는 것,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 나도 꿈을 펼치고 싶다는 것, 내 손으로 기쁨을 창조해 보고 싶다는 것, 어떻게 해서든 인간적으로 좀 더 훌륭해지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갈망 안에는 이런 마음이 떠돌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그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골라서 읽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스스로 '굳이' 해 보는 경험입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키워 보는 경험입니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내가 한 인간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낄 만한 시간입니다.”

  

 

두 번째 질문.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 문자보다 삶을 바라보는 능력

 

능력이라는 말은 많은 경우 상투적으로 쓰입니다. 능력이 경쟁력이란 뜻으로 축소될 때 그렇습니다. 능력을 성공이나 유명세, 돈과 바꿀 수 있는 결과와 관련해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돈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에겐 많은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는 데 아무 능력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자신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소외에 대해 말해 보고 싶습니다.(중략)........

 

소외된 개인은 "내가 이것을 원해도 될까?"라는 '도덕적 질문'에 대해 항상 "이것을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야.", "다른 것을 해야 했기 때문이야.", "나에겐 선택권이 없어."와 같은 말을 한다고 합니다. 즉 소외된 개인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해야 했기 때문에 했어."라고 말합니다.

"바로 내가 그것을 원해서 했어."라는 말이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복종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복종하는 자는 결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해야만 했다."라는 말 아래 외부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예 잊어버리고 살게 되기도 합니다. 그건 자긍심을 갖고 한 인간으로 사는 것, 한 인간으로 기쁘게 사는 것과 가장 멀어지는 길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살다 보면 자신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져 버립니다.

능력은 천부적 자질이나 고난도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옵니다.“

 

책 읽는 능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쩌면 어휘력이나 독해력을 염두에 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책 읽기에 필요한 것은 뛰어난 지능이 아닙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책에 대한 관심과 책을 받아들이는 태도 뿐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불평등해도 평등한 것이 있는데 그것들 중 하나는 책 읽는 능력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믿음만 있다면, 누구나 책 속에 가득한 평범한 돌멩이들을 가지고 자기만의 궁전을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 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 독해력이 있어야 한 해에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 저는 그 생각에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책을 몇 번 되풀이해서 보거나 곱씹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정 정도 규칙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몇 권을 읽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진정한 독해력이란 문자를 정확히 읽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중략)...... 인간에겐 좋은 능력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능력입니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아는 능력 말입니다. "무지하니 그만두겠어."가 아니라 "무지하니 더 해 봐야지.", "무지하니 배우겠어."라고 생각하는 능력은 우리가 계속 노력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어떤 분야에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가 하는 점입니다. 넘쳐 나는 재능 때문에 계속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기 때문에 계속합니다. 들라크루아라는 화가는 천재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그를 사로잡고 놓지 않는 생각, 즉 지금까지 말해진 것이 아직 충분히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말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

 

"결국 우린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의존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자기 갈 길을 확실히 잘 아는 사람은 책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저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 때 테세우스나 헤라클레스가 책을 읽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왕자였어도 유령의 명령을 따르는 데 고민이 많았던 햄릿은 책을 읽었습니다."

 

 

네 번째 질문.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슬픔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방식

 

왜 책을 읽냐고요? 모르면 자꾸 되돌아가 다시 볼 수 있으니까요.(저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오르한 파묵이 "우리는 편도 마차 승차권으로는 한 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삶이라는 마차에 오를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책을 한 권 들고 있다면 그 책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당신은 그 책을 다 읽은 뒤에 언제든지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음으로써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고 그것을 무기로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라고 했다고요.)”

 

책은 말만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을 애써 표현하려는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 말하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말을 하게 하는 열정의 토대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삶에서 책이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일 것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이 돌아봄의 의미는 큽니다. 우린 어떤 일을 완성하기도 전에 그 결과부터 그려 보곤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순간에 우린 인생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돌아봄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봄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는 책 속의 새 챕터가 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챕터에서 뭔가 새로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위로는 진정한 희망이 그러하듯, 상황을 좋게 보는 데서 생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질문. 책이 쓸모가 있나요?

- 자기 계발의 진정한 의미

 

우리에겐 정말 뭐든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요.(중략)...... 그건 우리가 실리 위주의 실용주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중략)...... 그러다 보니 손을 내밀어 붙잡는 것은 성공에 관한 책이나 긍정 심리학 책이나 자기 계발서들입니다.”

 

우리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은 자신을 대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보는 대로 자기 자신을 봅니다. 세계를 실리 위주로 본다면 자기 자신도 실리 위주로 봅니다. 타인을 쓸모가 있는지 여부로 본다면 자신에게도 그런 시선을 돌립니다.”

 

우리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일수록 계산하기가 힘듭니다. 용기를 낼 때 계산기를 두드려 용기를 냅니까? 친구를 도울 때 나에게 오는 이득을 셈해서 돕습니까? 사랑을 할 때 쓸모를 생각하고 사랑합니까? 신뢰를 계산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모든 소중한 것들이 계산하기가 힘듭니다. 우정이나 사랑은 계약관계와는 다릅니다. 우정과 사랑은 믿음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쓸모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우리가 기댈 어깨를 밀쳐내면서, 우리가 디딜 발판을 무너뜨려 가면서 살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어느새 우정과 사랑을 계약 관계, 거래 관계로 보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계산할 수 없는 것을 마치 계산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자기 계발은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기 계발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잠재력이란 말도 "알고 보니 내가 미술에 재능(소질)이 있더라." 같은 말로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잠재력은 "내가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는데, 하는구나!" "나한테 그런 힘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있구나!" 같은 것입니다.”

진짜 잠재력은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입니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질문이 필요합니다.(중략) ...... 다른 존재가 되려면 믿음과 의지가 필요합니다.(중략)...... 다른 존재가 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중략).....”

 

그런데, 우린 혼자서는 변할 수 없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믿음과 의지를 발휘하고, 용기를 갖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중략)...... 다른 존재가 되려면 자신의 경험을 좀 더 큰 맥락 안에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변화가 충분히 크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이 쓸모가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적도 지역에서는 지극히 가늘고 실처럼 생긴 벌레가 인간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살을 파먹는다. 그러면 무당을 부른다. 그가 마술 피리를 불면 벌레가 홀려서 조금씩 몸을 펴면서 밖으로 나온다. 예술의 피리도 그러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책은 바로 그런 쓸모입니다. 좋은 책은 우리의 영혼에 형태를 부여하고 고통에 한계를 주고 잘못된 생각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마술 피리입니다. 책은 이 시대에 모든 인류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살을 파먹는 벌레들, 즉 우리 모두 다 같이 앓고 있는 그 온갖 불안과 고통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책은 불안과 고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리를 통과하는 공기의 선율과 리듬과 언어로 말함으로써, 불안과 고통을 극복하게 합니다. 책이 불안과 고통을 말하는 이유는 바로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 질문.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 공통성의 경험, 능력자 되기, 앎의 시작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그와 비슷한 내 경험의 기억들이 끼어듭니다. 책 또한 내 이야기를 덧붙이게 합니다. 나를 다시 보게 합니다. 뭔가를 다시 기억나게 합니다. 책 읽기를 잠시 중단시킵니다. 이 짧은 중단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모든 능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본성에 맞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뿐입니다. 또 인간은 누구도 자기 혼자서는 능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스피노자의 생각과 같습니다. 스피노자는 능력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은 외부의 도움을 빌어 서로 떨어져 있던 것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요. 이 때 외부의 도움 중 책이 줄 수 있는 도움이란 멘토링이나 컨설팅 같은 도움이 아닙니다. 연결을 위해선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바로 이것이야말로 책이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책은 진부한 것들을 담고 있어도 그것들을 새로운 디테일과 새로운 태도로 보여 주니까요.”

 

책에는 배움 혹은 읽기 자체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읽기의 즐거움은 읽으라고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건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가장 위대한 작가들과 함께 세상의 온갖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읽곱 번째 질문.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 잘 잊어버리기, 손으로 기억하기, 몸으로 기록하기

 

누구나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합니까? 다만 잘 잊어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책이야말로 잊을 건 잊고 기억할 건 기억하면서 전해져 내려온 것입니다. 우리가 읽은 것도 기억 속에서 지울 것은 지우고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내용을 쳐 내서라도 조금이라도 실체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잊되 꼭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딘가에 간단히 발췌를 해 놓건, 필사를 하건, 에라스무스처럼 주석을 달건, 뭐든 써 보는 겁니다. 발터 벤야민은 한 권의 책이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옮겨 쓸 때라고 하기도 했지요.”

 

 

비밀 질문

 

누구는 책을 읽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남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사기 치는 데 쓰고

누구는 책을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슬픔을 극복하고

누구는 책을 읽고 우정을 쌓고

누구는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 배우고

누구는 책을 읽고 힘을 얻어 자기를 뛰어넘고.

 

저는 무엇을 할까요? 여러분은 무얼 하세요?“

 

인간사가 어렵다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배운 대로 살기입니다. 알게 된 걸 지키며 사는 겁니다. 당신은 책을 읽고 무엇을 하십니까? 저는 책을 읽고 알게 된 대로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주십시오. 그럼 다시 책을 권해 드리지요. 책을 다 읽고 다음번에 빌리러 올 때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내용출처 :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읽기, 민음사, 2012] 책 속에서

그림출처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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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정혜윤 인터뷰

 

- 정혜윤 작가와의 만남

 

 - 정혜윤 작가의 고전 낭독회

 

Posted by 사서 안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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